커피 한 잔의 원가는?

아메리카노 기준으로 150원이라고 하네요.

전 다른 음식은 고급 음식을 선호하지만 유독 커피만 인스턴트 그것도 모 브렌드 믹스만 마십니다.

유명한 커피 전문점에서 커피를 마셔도 그 맛과 향을 제대로 흠취하지 못해 곧바로 인스턴트 커피를 한 잔 타 마셔야 비로소 커피를 마셨다는 포만감을 느낍니다.

커피는 바리스타가 고급 원두로 진하게 내려 준 것을 마셔야 제대로 마셨다고 하는 분들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닌데 유독 커피에 대해서만 저렴한 입이 감흥을 하니 참 다행스럽기도 합니다. 하루에 몇 잔씩 마셔야 하는 커피를 이런 고급에 길을 들이면 답이 없지요.

집안 한 켠에 여전히 커피메이커가 뒹굴고 여과지와 커피용슈가가 제 손길을 기다리고 있지만 도통 손길이 가질 않네요.

한때 좋은 커피가 무엇인가 궁금해서 찾아보니 자메이카 블루마운틴, 하와이안 코나, 예맨의 마타리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최고급 원두커피로 정평이 나있는 인도네시아 루왁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요.

이 가운데 자메이카산인지는 모르겠으나 블루마운틴을 한동안 내려 마셨던 기억이 있습니다.

문제는 원두커피를 마신 후 매번 인스턴트 커피에 대한 사무친(?) 그리움을 떨쳐내지 못하고 다시금 인스턴트 커피를 한 잔 더 마셔야 하는 어리석은 행동을 반복하였지요.

저처럼 가치를 알고 있지만 그 묘미를 제대로 풍미하지 못해 안타까워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반면 가치를 모르면서도 나름의 만족으로 작은 것에서 행복을 느끼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에르메스 가방을 제작하는 장인들의 가치가 한화로 50억 정도 된다고 합니다.

핸드백 하나를 가죽으로 제작할 경우 3천만원을 호가한다고 하더군요.(다들 아실겁니다. 돈만으로도 바로 살 수 없다는 것을...)

혹자는 

"무슨 갖바치 주제에 몸값이 50억이나 하느냐? 그깟 직공 한 달에 백만원이면 된다..."

"중대형차를 옆에 메고 다닐 일 있느냐?"

더 스케일을 키워서

반 고흐의 '닥터가셰의 초상'은 그림 한 장에 1000억원이 넘는다고 합니다.

앞서 혹자에 해당하시는 분들에게는 미친 사람들의 돈지랄(?) 정도로 여겨질 수 있습니다.

혹 여러분 가운데 이런 혹자에 해당하시는 분이 계시다면 꼭 서울에 있는 간송미술관을 방문해 보실 것을 추천해 드립니다.

외형은 신축 미술관에 비해 많이 남루하지만 그 소장품들은 하나같이 역사적 사연을 담고 있고 그 수집배경까지 공부하시면 그 가치가 더없이 귀중한 것이란 것을 느끼게 되실 겁니다.

세상엔 이렇게 자신이 바라는 가치와 명품 그리고 행복지수를 쫓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반대편엔 수많은 사람들이 한끼 식사를 고민해야 합니다.

극명하게 나누어지는 상반된 삶의 군상들이지만 각자의 삶은 저마다의 역할과 가치 속에서 공존하고 있습니다.

세상은

가치를 쫓는 사람들 VS 한끼 식사를 고민하는 사람들이 아닌

가치를 쫓는 사람들과 한끼 식사를 고민하는 사람들이 공존하는 것이라 생각하면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오늘 포스팅과 다소 거리는 있지만 논점 일탈 수준은 아니니 몇 말씀 덧붙이자면

곁에 있으면 그윽하고 운치있는 사람이 있습니다.

금방 갓 구운 원두로 내린 원두향내가 용천수처럼 뿜어져 나오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저 바라만 보아도 마음이 평안해지고 기분이 한결 나아지는 고마운 분들이지요.

반면, 온갖 명품으로 치장하고 최고급 향수를 뿌린 사람이 있는데 곁에 있으면 불쾌한 느낌을 받는 경우도 있습니다.

잠시라도 그런 사람과 한공간에 있으면 숨이 탁탁 막힐 것 같은 경우이지요.

전자는 진심과 성심을 다해 상대를 배려하는 사람들이고

후자는 사심과 가식으로 사람을 대하기에 그런 것일 수 있습니다.

여러분은 지금 커피향을 풍기는 멋진 사람이신가요?

전 아직도 소양이 부족해서 그런지 그런 경지가 아득히 멀어 보입니다.